▲ 금속노조 |
고용계약 형태에 상관없이 완성차 공장 모든 하청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2차 하청노동자도 직접고용해야”
서울중앙지법 41민사부(부장판사 정도영)는 6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1·2차 사내하청 노동자 6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에는 현대차가 직접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1차 하청)와 현대차가 도급을 준 현대글로비스와 재하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2차 하청)가 참여했다.
이들은 울산공장에서 서열·피딩(불출), 차량 방청, 탁송·품질 검사 등 직간접 생산공정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 재판부는 “고용계약상 하청노동자 사용자는 1~2차 하청업체지만 실질적인 사용자는 현대차”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청인 현대차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보유·행사한 점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노동자에 대해 독자적 지휘·명령을 했다는 정황이 없다는 점 △근태를 관리하면서 징계권을 행사한 점 △사내협력업체 현장관리인도 현대차에 의해 통제됐다는 점 등을 봤을 때 “현대차와 근로자 파견관계가 있다”고 봤다.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차 소속 정규직과 생산직 또는 생산 관련 인원으로 함께 편성돼 공동작업을 한 점과 현대차가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결정권을 행사한 점도 인정했다.
“현대차, 2차 하청노동자에 지휘·명령 행사”
쟁점은 원청과 2차 하청노동자 사이에 지휘·명령 관계가 성립하느냐 여부였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체 제작한 웹지스(WEB-JIS) 정보를 글로비스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실질 지휘·명령권을 가졌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가 맺은 도급계약서에 하도급 조건으로 ‘현대차와 사전 협의를 통해 동의를 얻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2차 사내하청 노동자로부터 근로제공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현대글로비스가 울산공장에 별도 사무실이 없고 작업수행 관련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데다, 웹지스 정보가 현대차가 제공하는 서열정보를 재가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이들과 도급을 맺는 식으로 2차 하청노동자들을 늘렸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2차 사내협력업체들과 명시적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사업주로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위법하게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면서도 제2의 사내협력업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파견법 적용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게 된다”고 판시했다.
“숨기고 감춰도 비정규직 진짜 사장은 현대차”
소송 당사자인 김현제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은 “울산공장 모든 형태의 사내하청 노동은 위장도급이고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라며 “더 이상 하청 제도는 의미가 없고, 현대차는 모든 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논평을 내고 “1차니 2차니 하는 구분이 현대차 사용자성을 숨기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며 모든 사내하청 간접고용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법원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부와 감독기관은 생산현장에서 불법이 바로잡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달 13일에는 2017년 지회에 가입한 울산공장 1·2차 하청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판결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과도한 불법파견 대상 확장으로 산업현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제조업 환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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