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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 50년, 포스코에 노조 깃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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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 50년, 포스코에 노조 깃발 꽂았다30대 직원 중심으로 오픈채팅방에서 출발 … 금속노조 온라인 가입지원 줄이어                

  • 이은영
  • 승인 2018.09.10 08:00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포스코가 들썩거리고 있다. 삼성과 함께 무노조 경영의 대표주자인 포스코에 노조가 세워졌다. 30대 젊은 노동자들이 주축이 됐다. 오픈채팅방에 모여 포스코의 갑질행위와 뿌리 깊은 군대식 문화·산업재해 은폐·동종업계에 비해 낮은 처우에 불만을 쏟아 내던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바꿔 보자”며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사례는 많았지만 조합원 10명 내외 기업노조인 포스코노조를 제외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난공불락 같던 삼성과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준비위 “포스코 노동자 억압과 통제 받아”
준비위 띄우고 닷새 만에 금속노조 가입


9일 노동계에 따르면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30대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는 이달 1일 ‘국민기업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닷새 뒤 금속노조는 온라인으로 노조 가입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의 노조와해 공작에 대비해 준비위 면면은 비공개한 채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노조가입을 받고 있다.

준비위에서 활동 중인 김철수(가명)씨는 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설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노조설립 필요성을 느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친노동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을 주도한 임원 구속, 노조인정 선언을 보며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노동자 몇 명이 노조를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해 지난달 초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며 “노동자들은 포스코의 방만경영과 군대식 문화나 자신들이 목격한 산재은폐 사례들을 공유하며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는 문제인식을 공유했고, 노조설립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준비위는 설립선언문에서 “1968년 포스코 창립부터 현재까지 50년 동안 포스코 노동자들은 제철보국 이념 아래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노동 3권조차 누리지 못한 채 억압과 통제를 받았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따라 노사 공동이익에 기반을 두고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포스코의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준비위와 함께 6일부터 온라인에서 노조 가입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가입대상은 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준비위에서 적격심사를 한다. 김씨는 “현재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가입하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준비위 조직을 오픈하고 오프라인에서 보다 공격적인 조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찍어 내리는 군대식 문화 한계 봉착
산재은폐 보며 “다음엔 내가 피해자” 생각


포스코 노조설립은 30대 젊은 노동자들이 주도했다. 포스코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10여년간 공개채용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을 전후해 경기불안이 다소 해소되며 공개채용이 이뤄졌다. 포스코는 다수의 50대 노동자와 최근 10여년간 채용된 20~30대 노동자가 주를 이룬다.

김철수씨는 “쇠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말도 험하고 반말과 욕설도 많다”며 “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선배들과 젊은층 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간혹 이런 문제를 윤리실천사무국에 제보해도 징계를 받는 것은 피해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오픈채팅방에는 포스코의 방만경영이나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 산재은폐 사례 등에 대한 고발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상섭 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포스코는 현장보안을 위해 휴대전화에 보안앱을 깔아 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는 카메라 사용만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노동자들은 언제든 통화내역이나 위치추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회사에 대한 불만사항을 토로했다가 이야기를 들은 직원이 노무팀이나 감사실로 전달한 사례도 있다”며 “부서의 비위나 폭력행위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상급자인 반장이나 부서장까지 연대책임을 묻는 체계로 인해 노동자 간 내부 감시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수씨는 “상무나 부장이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 댓글을 달지 않은 사람들 명단이 내려와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고위직이 공장을 방문하기라도 하면 며칠 전부터 휴게시간을 할애해 청소와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고 폭로했다. 회사를 비판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가 글이 삭제되는가 하면, 한 노동자는 동종업체에 비해 평균연봉이 낮다는 글을 올린 뒤 부장에게 불려가 훈계를 받았다는 글이 오픈채팅방에 올라왔다.

오픈채팅방에 모인 노동자들은 산재은폐를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는 철강업종 특성상 중대재해 발생 확률이 높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당한 노동자가 감봉징계를 받는다”며 “정비·조업시간이 짧은 탓에 급박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사고가 나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피해 당사자에게 징계를 내린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몇 년 전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협착사고를 당했지만 회사는 119를 부르지 않았다. 응급처치 없이 직원 차로 병원에 이송했다. 김씨는 “사고 당시 살아 있던 노동자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며 “가슴협착으로 쇄골뼈가 심장과 폐를 찌른 상태였는데도 119를 부르지 않고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스코 노동자들은 이런 사고를 거듭 목격하며 분노하게 됐다”며 “내가 다쳐도 누구도 진실을 증언해 줄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오픈채팅방 하루에 100여명씩 가입
노조 “노조설립 포항 철강업계로 확산될 것”


오픈채팅방에 가입한 직원수는 7일 현재 1천400명을 넘었다. 준비위 설립선언문이 나온 이후 하루 100명 넘게 가입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전체 노동자가 1만7천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10% 가까운 노동자들이 오픈채팅방에 참여 중이다.

금속노조는 6일부터 온라인에서 노조 가입을 받고 있다. 노조는 가입 조합원이 일정규모에 도달하면 준비위 조직을 공개하고 오프라인 조직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상섭 사무국장은 “과거부터 수차례 노조설립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은 다르다”며 “정규직 노동자 노조설립이 포항지역 철강업계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7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환영했다. 한국노총 포항지역지부는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 소속 동지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승리를 염원한다”며 ”한국노총 또한 동지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설립된 포스코 기업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있다”며 “포스코 기업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 아니며, 단 한 번도 우리 소속이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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