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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죽은자의 산재 승인 취소하라는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지금도 진행 중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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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산재 승인 취소하라는 유성기업

노조파괴는 지금도 진행 중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 조합원                

  • 홍종인
  • 승인 2018.05.03 08:00

 

                
   
▲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 조합원

회사 정문 앞 출근하던 발걸음은 멈춰지고, 서성거리기를 반복합니다. 정문을 넘어서면 가슴이 턱 막혀 오고,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몇 번이나 도망치듯 발걸음을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2018년 들어 불과 한 달 사이(1월10일과 30일, 2월1일) 세 명의 노동자가 심장마비·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위치한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2015년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43.3%가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11명에 대해 치료기관을 선정했고, 유성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조합원이나 기업노조 조합원 등 소속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해도 거짓말이 아닙니다. 사측 관리자를 죽이고 싶다며 칼을 갈던 노동자부터, 옥상에 올라 몇 번을 뛰어내리려 했던 노동자, 자해를 반복하던 노동자, 멍하니 한없이 길을 걷던 노동자, 우울증 약으로 견디며 어린 자녀에게 무서운 아버지로 변해 버린 노동자까지.

결국 2016년 3월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1번의 고소·고발과 징계에 고통받던 그는 출근하지 않고 공원으로 향했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그의 이름은 한광호입니다. 한광호 열사의 장례는 353일 만에 치렀습니다. 죽음으로 고통을 끊고자 했던 노동자에게 회사는 죽어서도 고통을 안겨 줬습니다. 그렇게 잔인했습니다. 한광호 열사를 비롯해 정신질환을 앓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산재승인을 신청했고, 당연히 산재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잔인한 유성기업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정신건강 산재승인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한광호 열사와 그 외 2명에 대한 산재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1심에서 회사가 패했지만 항소하겠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1천건이 넘은 고소·고발과 징계도 모자라 이제는 개인별 민사소송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가족까지 몰살시키려 합니다.

2011년 5월18일 유성기업 사측의 직장폐쇄와 함께 시작된 용역의 무자비한 폭력. 간신히 복귀한 공장은 강제교육과 조합원 징계가 횡행했습니다. 사측은 생산목표량을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이를 못 채우면 부족한 만큼 임금을 삭감했습니다. 이에 항의하면 또 징계가 날아왔고, 다시 저항하면 회사의 고소·고발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법원에서 벌금이 나오고 결국은 해고로 이어졌습니다. 유성기업은 회사가 만든 기업노조에 가입하면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빼 주겠다고 조합원을 유혹했습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측 관리자의 밀착감시와 차별이었습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2년, 3년…. 해가 갈수록 노동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상태는 최악을 넘어서게 됐고 자살을 시도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누구 하나 연락이 안 되면 비상이 걸립니다. 그러다 연락이 닿으면 가슴을 쓸어내리길 반복합니다. 2011년 이후 중단된 임금협상으로 급여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고, 이제는 생활고가 조합원들의 가정과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됐던 유성기업의 유시영 대표이사는 법정에서 1년2개월 실형을 선고받았고, 올해 4월19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실형을 살고 나왔음에도 사측은 반성하거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장은 대표이사 출소시기에 맞춰 '노조 죽이기'가 심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현장은 여전히 차별과 탄압으로 가득합니다.

2018년 5월18일은 7년 전 직장폐쇄가 단행된 날입니다. 법원은 당시 직장폐쇄가 불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불법적인 직장폐쇄가 있던 그날부터 시작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가 이제는 그만 중단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검찰과거사위원회와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국가정보원개혁위원회에 유성기업 사태가 재조사 대상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인권위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이름만 보면 대한민국의 쟁쟁한 기관들이 모두 우리 편 같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노조한다’는 이유로 수년 동안 집단적 괴롭힘을 당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금도 길을 걷다, 출근하다 그냥 쓰러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삼성재벌이 노동조합을 인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그러나 삼성재벌이 노조파괴의 본성과 공작을 진정 그만뒀다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본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삼성이나 유성과 같이 노동자 권리, 노동조합 존재를 부정하고 현장을 탄압하는 악덕 사업장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때까지 힘 있게 연대하고 투쟁하고, 또 버틸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부디 한광호 열사를 비롯해 세상을 떠난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살아서 투쟁하는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홍종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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